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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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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ANG Magazine

클랑 매거진

2022.04.21
브라보! 정명훈 말러 대장정… 佛 열병속으로
2000년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겸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뒤 프랑스 음악팬들에게 절대적 지지와 존경을 받고 있는 ‘마에스트로’ 정명훈. 그가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를 시작했다. 10월 27일 파리 샹젤리제 극장에서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과 미완성 교향곡 10번의 1악장 아다지오로 시작된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는 이틀 뒤인 29일 교향곡 2번 ‘부활’ 연주로 이어졌다. 말러 교향곡 전곡은 연주시간만 12시간이 소요되는 대작업이다. 아무리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지휘자라고 하더라도 전곡 연주를 위해서는 악단원의 동의를 받아내는 등 수년간 암중모색을 해야 하고 악단 이사회를 설득하는 사투에 가까운 작업도 벌인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클래식 음악 전문지인 ‘르 몽드 드 라 뮈지크’에서는 이번 전곡 연주 착수에 즈음해 말러 교향곡 관련 기사에 16쪽을 할애했으며, ‘르 피가로’지에서도 이번 말러 교향곡 연주를 ‘음악계의 일대 사건’으로 다루었다. 29일 연주회를 정명훈은 모두 악보를 보지 않는 암보(暗譜)로 지휘했다. 소프라노 크리스틴 셰퍼, 메조소프라노 페트라 랑 등 최근 유럽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호화 성악진이 출연했다. 80여분의 연주시간이 소요되는 ‘부활’ 교향곡을 정명훈은 첫 음부터 마지막 음까지 시작과 끝이 한순간인 것처럼 연주했다. 지휘 동작은 한층 간결해졌지만 정명훈 특유의 ‘기(氣)’는 더욱 깊고 강렬했다. 오케스트라의 총주(總奏) 사인을 주기 위해 지휘봉을 머리끝까지 들어올릴 때는 마치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있는 거목처럼 보였다. 청중의 기립박수보다도 연주를 마치고 난 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발을 구르며 지휘자에게 보내는 열렬한 갈채가 더 인상적이었다. 청중 속에서는 특히 일본인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이에 비해 한국인이 그다지 보이지 않는 점은 실망스러웠다고나 할까. 정명훈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2월 10일 3번 교향곡을 연주하며, 내년 6월 24일 9번 교향곡 연주로까지 이어진다. 다른 곡들은 샹젤리제 극장에서 연주하지만 ‘천인(千人)’ 교향곡이라 불리는 교향곡 8번만은 그 규모 때문에 생드니 바실리크 대성당에서 연주할 예정이다. 정명훈은 파리에서의 전곡 연주 일정 사이사이에 오스트리아 빈, 헝가리 부다페스트 등에서도 말러 교향곡 연주 일정을 이미 잡아놓았다. 인터뷰에서 “말러 교향곡을 연주하기 위해 지휘자가 되었다”고 말한 바 있는 정명훈이 파리는 물론 유럽의 음악애호가들을 또다시 말러 열병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파리=김 동 준 음악평론가· 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음악평론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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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4
“10대 시절 내게 믿음 준 정명훈과의 협연 못 잊어”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36)은 ‘피아노의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사랑하는 연주자다. 아르헤리치가 음악축제 때마다 함께 무대에 세울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2010년 피아니스트 임동혁(33)과의 듀오 리사이틀로 화제를 모았다. 7년 만에 임동혁과 다시 만나 6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라흐마니노프와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를 들려줄 예정이다. 최근 이메일 인터뷰를 한 카퓌송은 7년 전 임동혁과 함께 선 무대에 대해 “황홀한 밤이었다”며 “이번에 다시 그를 만나게 돼 기쁘다”고 회상했다. 임동혁은 피아니스트 임동민의 동생이다. 카퓌송의 형 르노 카퓌송은 바이올리니스트다. 두 사람은 음악가 집안 둘째아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15년간 형과 꽤 많이 연주를 했어요. 최근 같은 무대에 서는 일이 많지 않아요.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한데 아마도 우리는 너무 많은 연주를 함께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했던 수많은 협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음악가 중 한 명으로 그는 정명훈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지휘자를 꼽았다. “17∼18세일 때 저에게 믿음을 준 음악가죠. 그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투어를 다녔어요. 그를 비롯해 훌륭한 음악가들과 함께 연주할 수 있어 저는 행운아였죠.” 카퓌송은 젊은 나이이지만 후진 양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루이뷔통재단의 젊은 첼리스트 양성 프로그램인 ‘첼로 최고 등급반’을 창립해 이끌고 있다. “전 세계에서 온 젊은 첼리스트들과 함께 음악은 물론 음악과 관련된 것들을 공유해요. 투어를 다니며 몸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스트레스는 어떻게 제어하는지 등을 얘기해주죠.” 그는 1년에 130∼140회 공연을 한다. 이달에도 프랑스, 독일, 벨기에, 스페인, 이스라엘, 오스트리아 등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다. 그는 한국을 찾는 이유로 ‘한국 관객’을 꼽았다. “한국에서 연주할 때마다 관객들이 음악과 연주자들을 진심으로 존중해 준다는 느낌을 받아요. 관객층이 매우 젊은 것도 특별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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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1
살리에리 “내가 질투의 화신이라고?”
오스트리아 수도이자 ‘세계 음악의 수도’로 불리는 빈에 왔습니다. 18세기 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이라는 ‘빈 고전파 세 거장’을 품었던 멋진 도시죠. 그런데 세 사람이 서로 각별히 친했던 건 아닙니다. 모여서 ‘고전파 선언’ 같은 걸 했던 것도 아닙니다. 당시 빈에는 이들 외에도 높이 인정받는 음악가가 여럿 있었습니다. 한 예로 이탈리아인인 안토니오를 들 수가 있습니다. 안토니오는 하이든과 친했으며 그가 걸작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를 초연할 때 악단 한가운데서 피아노를 연주했습니다. 안토니오는 특히 음악교사로 명성이 높았는데 베토벤, 슈베르트, 리스트가 그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베토벤이 유명해진 뒤에는 그의 피아노협주곡 1, 2번 초연 무대에서 지휘를 맡기도 했습니다. 제가 어릴 때 슈베르트 전기에서 ‘은혜로운’ 이 선생님에 대한 얘기를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모차르트와의 관계는 약간 묘합니다. 모차르트는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종종 안토니오에 대한 ‘뒷담화’를 펼쳤습니다. 그렇지만 공적으로 두 사람은 깍듯이 존중하는 사이였습니다. 모차르트가 젊은 나이에 죽은 뒤 부인 콘스탄체는 막내아들 프란츠 크사버를 안토니오에게 보내서 음악교육을 받도록 했고 그는 아버지만큼은 아니지만 역량을 인정받는 음악가로 성장했습니다. 안토니오에 대해 들어보신 일이 있습니까? 그는 바로 안토니오 살리에리(1750∼1825·사진)입니다. 푸시킨이 1831년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라는 희곡을 발표했고 영국 극작가 피터 섀퍼가 여기에서 영감을 받아 1979년 희곡 ‘아마데우스’를 발표했으며, 5년 뒤 이 희곡을 밀로시 포르만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이후 살리에리라는 이름은 ‘천재가 될 수 없는 범재’ ‘질투에 빠진 살인자’와 동의어가 됐습니다. 증거도 없이 말이죠. 빈 거리에는 곳곳마다 모차르트의 기념물이 넘쳐납니다. 하지만 황제 요제프 2세의 총애를 받았던 살리에리의 자취는 ‘살리에리 피자집’ 정도를 찾아볼 수 있을 뿐입니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리가 다른 세상에서 이 모습을 보고 있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요. 문득 궁금해집니다.―빈에서 유윤종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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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7
시간을 달리는 피아니스트 데이드림
9월 23일 실내악으로 구성된 9집 앨범을 선보이는 데이드림(본명 연세영, Daydream)은 음반 시장의 불황에도 꾸준히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마니아층이 두터운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다. 〈Dreaming〉이라는 피아노 솔로음반으로 데뷔한 2001년부터 ‘매일 꿈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은 ‘데이드림’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한 그는, 2004년 일본에서 드라마 〈겨울연가〉 삽입곡 작곡자 겸 연주자로 화제를 모으며 국내외에 많은 팬을 확보, 지금까지 10만 장의 누적 앨범 판매고를 올렸다. 클래식 음반은 3천장쯤 팔리면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그의 앨범 판매고는 경이로운 수준이다. 어디 그뿐인가. 소극장이 아닌 1만5천 명의 청중이 모인 대형 무대에서 네 차례나 공연을 펼친 바 있다. 그는 음악이라는 테두리 안에만 머물지 않고 그림과 서예, 문학에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뉴에이지 음악을 전문으로 다루는 파워 블로거 녹쓴퍄노는 이런 그를 두고 “뼛속까지 아트의 피가 흐르는 종합예술인이요, 시와 그림과 음악으로 영혼을 낚는 뉴에이지의 음유시인”이라고 표현했다. 남들은 한 가지도 갖기 힘든 재능을 그는 어떻게 이토록 많이 가질 수 있었을까. 그 답은 그가 지나온 삶에 있다. 인생의 고비마다 도움 준 피아노 그가 피아노를 처음 배운 건 6세 때. 스승은 무명의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였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그의 형과 누나들도 다 음악을 했는데 그는 자신이 남매들 가운데 피아노에 가장 소질이 없다고 여겼다. “형과 누나들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제 실력은 형편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피아노는 제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죠.” 대신 그는 그림에서 자신의 재능을 찾아 일찌감치 진로를 미술로 정하고,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미술학원에 다니며 데생을 배웠다. 선화예중과 계원예고, 중앙대학교에서 모두 회화를 전공했다. 비록 미술로 진로를 바꿨지만 그의 곁에는 늘 피아노가 있었다. 미술을 하면서도 음악의 끈을 놓지 않은 덕분에 그는 대학생이던 1991년 MBC 신인가요제에서 장려상을 받는 기쁨을 맛봤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취미삼아 치던 피아노 가정형편이 급격히 기울었을 때 그에게 학비와 생계비를 마련할 발판이 돼줬다.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부모님이 이혼을 하셨어요. 아버지는 이혼 후 미국으로 가시고 저는 어머니와 살았어요. 그런데 그 무렵 작은형이 안 좋은 일로 세상을 떠나 어머니가 큰 충격을 받으셨죠. 그때부터 어머니가 전북 지역의 요양원에서 지내며 치료를 받아 학비와 생활비를 스스로 감당해야 했어요. 살길이 막막해 낮에는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저녁에는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죠. 그렇게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모아 학교를 다니다 보니 격년으로 휴학해 졸업하기까지 10년이 걸렸죠.” 졸업을 앞두고 스스로 해냈다는 뿌듯함도 잠시. 앞으로는 또 어떻게 살아갈지가 걱정이었다. 경제적인 여유가 전혀 없어 미술이나 음악을 해서 생계를 꾸리긴 힘든 여건이었다. 때마침 지인의 권유로 기자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제가 인생의 멘토로 삼은 미국의 대통령 존 F. 케네디도 원래 기자였어요. 그래서 기자라는 직업에 관심이 있었는데 마침 같이 일해보자는 분이 있어서 엉겁결에 취재기자가 됐죠.” 1993년 시사주간지 기자로 사회생활의 첫 단추를 꿴 그는 2004년 당시 취재 중이던 기사를 빼고 광고를 받으라는 외압에 굴복할 수 없어 다니던 신문사에 사표를 냈다. 하루아침에 백수가 된 그에게 살 길을 열어준 것은 윤석호 PD의 계절시리즈 중 하나인 〈겨울연가〉였다. 2002년 국내 방영에 이어 2003년부터 일본에서 전파를 탄 이 드라마는 이듬해인 2004년 일본 열도를 한류열풍으로 달궜다. 이 드라마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에는 데이드림의 피아노 연주곡 2곡이 들어 있었다. 2005년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OST에도 삽입된, 〈겨울연가〉의 최지우 테마곡으로 유명한 ‘Stepping on the rainy street’와 ‘I miss you’라는 피아노 연주곡이었다. “앞으로 뭘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음반기획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제가 만든 ‘Stepping on the rainy street’이 대박이 났다고요. 그때부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피아니스트로 연주 활동을 펼쳤죠.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이루마 씨, 음악감독 겸 작곡가인 이지수 씨와 공동으로 피아노 테마곡 앨범도 냈고요. 일본, 미국 등 해외의 유명 연주가들과도 종종 국내외에서 공연을 해요. 국내에서는 20~30명이 보는 앞에서 연주를 하는데, 일본 공연 때는 1만5천~2만 명이 오니까 가슴이 벅차요. 2013년 도쿄에서 열린 국제포럼 콘서트에는 윤석호 PD와 최지우 씨가 참석해 반응이 더 뜨거웠죠.” 지난날을 돌아보면 그에게 피아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 같은 존재다. 피아니스트가 아닌 다른 길로 가려 했지만 먼 길을 돌아 피아니스트가 됐고, 위기를 맞을 때마다 그에게 살 길을 열어줬으니 말이다. “부모님이 이혼하신 후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서 원망했어요. 그땐 부모님이 제게 물려준 건 불화로 인한 상처뿐인 줄 알았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피아노가 큰 재산이더군요. 그 덕에 대학도 졸업하고, 공연도 하고, 집도 사고…. 피아니스트가 제 운명이라는 걸 이젠 알아요.” 멈추지 않는 창작 시계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임에도 지금껏 간직하고 있는 순수한 감성은 그가 작곡가, 시인, 화가로서도 창작활동을 거듭할 수 있게 한 원천이다. 이는 그 역시 인정하는 바다. 창작을 하는 예술가에게는 평정심을 유지하고 좋은 마음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신앙생활과 함께 벌써 10년째 서예를 하고 있다. 최근 그는 〈조선 불멸의 천재 정약용-차왕〉이라는 소설책도 냈다. 조선시대 탐관오리들의 부정부패와 부조리를 신랄하게 풍자한 이 책은 다산 정약용의 일대기를 바탕으로 한 퓨전 대하소설로 준비기간만 5년이 걸렸다. “존 F. 케네디와 함께 제가 좋아하는 위인이 다산 정약용이어서 이분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써보고 싶었어요. 정약용을 ‘차왕’이라 한 것은 ‘다산’이 ‘차가 많은 산’이라는 뜻이고, 실제로 그분이 차를 즐겼다는 기록이 있어서예요. 차왕에는 백성을 왕처럼 섬겨야 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어요. 차를 풀 곧, 민초로 본 것이죠. 정약용은 정조의 최측근이었는데 그분의 생전 흔적을 취재하면서 무엇보다 놀라웠던 점은 새벽 4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하며 치열하게 살았다는 거예요.” 연세영이라는 본명으로 이 책을 펴낸 그 역시 정약용 못지않게 치열하게 산다. 당장은 신간을 낸 저자로서 각지에서 열리는 프로모션 행사에 참석해야 하고, 9집 앨범 발매를 목전에 두고 있으며, 오는 10월에는 그림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또 내년 7월 서울 종로구 스페이스 선에서 열리는 회화전에도 초대작가로 참여한다. 이런 일정들을 소화하는 와중에도 그의 창작 시계는 멈춘 적이 없다. 비결이 뭘까. “하루에 서너 시간 자요. 보통 밤 10시 반에 잠들어 새벽 2시에 일어나요. 다른 사람보다 네다섯 시간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거죠. 그때부터 글쓰기와 작곡, 회화 중 하나에 꽂혀서 집중적으로 그것만 해요.” 그가 페이스북에 올리자마자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고 ‘공유하기’가 이어지는 그림이나 서예, 시 같은 것들이 그 결과물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노(No)!’ 단순히 작업 도중 머리를 식히려고 그리거나 쓴 것이지 온전한 작품은 아니라고 했다.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해요. 데이드림 연세영 씨는 왜 그렇게 많은 일을 하느냐고. 시간이 안 날 것 같은데 신기하다고요. 그러면서 저를 창작력이 대단하고 페이스북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예술가로 보더라고요. 근데 실은 제 안의, 제 삶의 어두운 면을 치유하려고 매일 창작에 열성을 쏟는 거예요. 창작을 하면서 제 삶을 보듬는 거죠.” ▼ 앞으로는 어떤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나요. 영화음악이요. 제가 그동안 해온 음악, 미술, 문학을 다 아우를 수 있는 콘텐츠거든요. 소설 〈차왕〉도 영화음악을 염두에 두고 집필한 작품이에요. 책 안에 든 삽화를 모두 직접 그리고, 지금 ‘남당가’라는 음악을 만들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고요. 지금까지는 자조적이고 순수하고 단출한 음악을 했지만, 영화음악은 오케스트라를 기반으로 한 스케일이 큰 음악이고 대중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음악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어요. ▼ 순수음악에서 대중음악으로의 변화를 모색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후배들을 돕고 싶어요. 음악 하는 친구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거든요. 영화음악은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 드럼 등 다양한 악기 연주자가 필요하고, 컴퓨터 음악도 있어야 하니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을 거예요. ▼ 바람이 있다면요. 개인적인 명예는 많이 얻었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주변을 돌아보면서 창작활동을 하는 이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만들고 싶어요. 그게 협동조합이 될 수도 있고, 예술가들을 위한 모임일 수도 있고, 동아리가 될 수도 있겠죠. 또 제가 음반이나 책을 낼 때마다 반겨주시는 고마운 팬들과 함께 좋은 일을 하고 싶어요. 2014년 저를 아끼는 분들과 의기투합해 만든 ‘꿈사모(꿈을 사랑하는 모임)’가 있는데 단순한 팬클럽이 아니라 공익적인 활동을 주로 해요. 현재 회원이 6백 명이 넘어요. 최근 좀 바쁘다는 핑계로 열심히 하지 못했는데 그분들과 다시 뭉쳐 어려운 이웃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뜻 깊은 나눔 활동을 하고 싶어요. 사진 조영철 기자 사진 제공 헉스뮤직 디자인 이지은 editor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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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4
이국의 팜 파탈은 ‘반음계’를 좋아해
피아노의 흰 건반을 차례로 쳐봅니다. 도-시-라-솔-파-미-레-도. 아무 리듬이나 붙여도 제법 ‘노래’ 같습니다. 이번에는 검은 건반까지 다 쳐봅니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노래 가락 같지는 않습니다. 물컵에 물 따르는 소리 같다고 할까요.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한화생명과 함께하는 11시 콘서트’에서는 메조소프라노 추희명이 최승한 지휘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협연으로 모차르트와 생상스 등의 오페라 아리아를 노래합니다. 제가 주목한 노래는 생상스 오페라 ‘삼손과 델릴라’ 중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 그리고 비제 오페라 ‘카르멘’ 중 ‘하바네라’였습니다. 두 노래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프랑스 작곡가가 쓴 오페라 아리아라는 점, 두 노래를 부르는 배역이 모두 남자를 꾀어 몰락시키는 이른바 ‘팜 파탈(femme fatale)’이라는 점, 그리고 두 노래 모두 반음씩 아래로 내려가는 ‘반음계(半音階)적 하행(下行)음형’이 있다는 점입니다. 두 작곡가가 활동한 낭만주의 시대에 반음계가 계속 이어지는 선율은 널리 쓰이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의 민속음악에서도 반음계 선율은 잘 쓰이지 않습니다. 왜 두 작곡가는 반음씩 내려가는 선율을 썼을까요. 혹 두 여주인공이 팜 파탈이라는 점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삼손과 델릴라’에서는 남녀가 한 방에 있을 때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을 유혹하는 장면이고, ‘카르멘’에서는 거리에서 집시 여자가 남자의 시선을 끌어보려 시도하는 장면입니다. ‘삼손과 델릴라’의 델릴라는 구약성경 속 이스라엘인인 삼손을 유혹하는 이교도 블레셋 여성이고, ‘카르멘’의 타이틀 롤은 스페인의 집시입니다. ‘유혹’과 ‘이국적’이라는 점에서도 두 작품은 공통된 코드를 갖고 있습니다. 이제 피아노 앞에 다시 앉아 ‘도’부터 건반을 따라 반음씩 내려가며 쳐봅니다. 친숙하다기보다는 이국적인 느낌, 그리고 솔직하다기보다는 마음을 숨기는 듯하면서 고혹적인 느낌이 듭니다. 누구도 작곡 교본에 쓰지 않았지만 무의식 속에 공유하게 되는 느낌. 바로 관습의 힘이자 전통의 힘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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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1
[유윤종의 쫄깃 클래식]옛 플루트 ‘트라베르소’로 듣는 바로크 음악
“엄마, 저거 오징어 다리 같아.” 음악회에서 옆자리에 앉은 꼬마 숙녀의 말에 그만 픽 소리가 나게 웃고 말았습니다. 아이가 오징어 다리 같다고 한 것은 은빛으로 빛나는 플루트였습니다. 복잡한 키(누름쇠) 장치가 오징어 빨판처럼 보였던 모양입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과연 그렇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플루트가 본디 그렇게 복잡하게 생긴 악기는 아니었습니다. 오늘날 사용되는 복잡한 플루트는 금속세공사 출신인 독일의 테오발트 뵘이 1840년대에 발명했습니다. 그 이전의 플루트는 세로로 부는 ‘리코더’처럼 손가락으로 직접 구멍을 막는 단순한 구조였습니다. 이런 플루트를 바로크 시대에 ‘트라베르소’(가로피리·사진)라고 불렀습니다. 그냥 플루트라고 부르지 않은 이유는, ‘트라베르소’와 ‘리코더’ 두 가지를 모두 합쳐 플루트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리코더라면 낯설지 않죠. 학교에서 교육용으로 쓰는, 호루라기 비슷한 취구(吹口)가 달린 악기 바로 그것입니다. 바로크 시대 플루트 곡은 대부분 트라베르소나 리코더 어느 것으로 불어도 좋았습니다. 오히려 리코더가 더 인기였죠. 그런데 리코더는 상대적으로 소리가 작았고 강약 표현도 제한되었습니다. 그래서 고전주의 시대 이후 잊혀졌고, 20세기 초반에야 교육용 악기로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가로피리 트라베르소는 19세기에 뵘식 플루트로 대체되면서 더 크고 화려한 소리를 내게 되었고 플루트는 예전보다 큰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옛날식 트라베르소가 가진 목가적이고 청순한 소리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사람도 많습니다. 모차르트와 베토벤, 슈만과 멘델스존이 알던 플루트 소리도 실제로는 옛날식 트라베르소의 소리였답니다. 2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페리지홀에서는 ‘트라베르소(바로크플루트) 콘체르토의 세계’ 콘서트가 열립니다. 옛 플루트 트라베르소로 연주하는 비발디, 라모, 바흐, 그리고 올해 서거 250주년을 맞은 텔레만의 협주곡들을 옛 악기와 느낌 그대로 들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트라베르소 연주자 강인봉 씨와, 역시 바로크 시대 그대로를 되살린 악기들로 연주하는 현악 연주자들이 호흡을 맞춥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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